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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우의 바람] 장마, 때아닌 물난리?

관리자  /  2020-10-22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27
작성일
2020-10-22

 
손석우 |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여름철이면 찾아오는 장마. 장마는 말 그대로 오랫동안 내리는 비다. 올여름 비를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한 이름이다. 6월부터 시작된 장마는 8월 중순에야 물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평소보다 상당히 오랫동안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마 때 비가 내리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항상 비가 많이 왔던 것은 아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마른장마’를 걱정했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물난리가 심하다. 부산, 대전, 서울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도시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물난리의 원인은 게릴라성호우 혹은 집중호우 때문이다. 장마 초기부터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굳이 기록을 살펴보자면 6월 말 강릉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한 이후, 7월에는 강원 일부 산간지역에 하루 8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시간당 강수량을 보면 집중호우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부산과 대전에서 시간당 80~90㎜ 이상의 집중호우가 관측되었고, 전라북도 일부 지역에서는 한시간 동안 무려 100㎜ 이상의 비가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진 것이다.

 

 

집중호우와 함께 강풍도 빈번했다. 서해안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발효된 강풍주의보는 6월 말부터 거의 매 주 발효되었다. 비행기가 연착되고 가로수가 뽑히기도 했다. 말 그대로 비바람이 몰아쳤다.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 왜 발생했을까? 물론 장마전선이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장맛비는 한반도 북쪽의 한기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서 장마전선이 형성되고, 여기서 비구름이 발달하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 장맛비는 장마전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부 집중호우 사례는 오히려 저기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7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장마전선은 한반도 남쪽에 치우쳐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서해를 통해 한반도로 접근한 저기압이 장마전선을 한반도까지 밀어 올리면서 집중호우를 초래했다. 일부 사례들은 저기압 자체에 의해 발생했다. 저기압은 강한 바람을 동반하기 때문에 올여름 집중호우가 강풍을 동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난리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중국만 하더라도 대규모 홍수로 양쯔강 하구가 침수되어 수천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8월이 되었지만 양쯔강 상류 싼샤댐의 수위는 여전히 전세계 언론의 관심사다. 일본도 오키나와와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강력한 집중호우가 발생해 수십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이만하면 동아시아 전체가 물난리다. 그것도 지난 몇년 동안 없었던 심각한 물난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과거에 비해 올해 집중호우가 빈번한 원인은 분명치 않다. 전문가들은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한다.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는 197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 들어 발생 빈도가 2배 정도 증가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량은 최대 7%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외에도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상 변동과 저기압의 발달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히 변하는 날씨를 막을 수 없다면,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설 확충과 더불어, 예보의 정확도 향상이 필수적이다. 지난 십수년 동안 수치 모델과 관측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한반도 집중호우 예측은 미지의 영역이다. 서해상에서 생성된 구름이 수시간 만에 집중호우로 발달하는 과정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해 상공의 관측 자료가 부족하고 수치 모델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체적인 관측과 수치 모델링을 통한 집중호우 연구 개발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이다.

보도 날짜 : 2020.08.02

원문 출처 : [한겨레 칼럼] [손석우의 바람] 장마, 때아닌 물난리?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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