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본문 하위메뉴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뉴스 ・ 기사

제목

장마철 집중호우 예보가 어려운 까닭

관리자  /  2020-10-22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23
작성일
2020-10-22


 

8월 중순이면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어야 할 때인데 전국이 물난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장마철 비 오는 거야 당연하지만 올여름 장마는 유독 길다. 50일간 계속된 제주 지방 장마는 이미 역대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됐다. 중부지방도 이변이 없는 한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4년부터 6년 내리 '마른장마'가 이어졌는데, 올해는 '역대급' 장마가 발생한 것이다.

 

장마는 보통 6월 말 시작해 7월 중순 정점을 찍고 8월 초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북쪽으로 확장하면서 휴지기를 갖는다. 그리고 8월 중하순 태풍에 의해 다시 강수량이 증가한다. 이후 강수량은 급격히 줄어 사실상 한반도 우기가 끝난다. 그런데 올해는 장마와 8월 중하순 호우 경계조차도 모호해졌다. 태풍 '장미'가 북상하면서 늦여름 집중호우 시작을 알린 것이다. 평소보다 따뜻한 서태평양 바닷물 영향으로 태풍이 많이 발생한다면, 올해는 장마 휴지기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 역대급 장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올여름 장맛비는 조금씩 오래 내린 게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 강한 집중호우 형태로 내렸다. 시간당 100㎜ 이상 집중호우에 하루 800㎜ 이상 강수량을 기록한 곳도 다수 보고됐다. 이 정도면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수준이다. 장마철 누적 강수량이 보통 350㎜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장마철 내내 내려야 할 비가 많은 지역에서 단 몇 시간 혹은 단 며칠 만에 내린 것이다.

 

집중호우는 6월 말부터 시작됐다. 강원 산간 지역과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집중호우는 7월 중하순에 남부지방 및 중부지방으로 확장되었다. 이때만 해도 집중호우는 간헐적이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정체전선이 한반도 남쪽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를 지나는 온대 저기압의 길을 터주는 역할을 했고, 저기압이 한반도로 접근할 때마다 비가 내리거나 혹은 남쪽에 치우친 정체전선을 한반도로 밀어 올리면서 집중호우를 초래했다. 그런데 7월 말 상황이 급반전했다. 뒤늦게 정체전선이 북상하면서 한반도 전체에 강수대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북태평양고기압을 따라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하면서 한반도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장마철 정체전선 상에서 발달하는 집중호우는 보통 새벽녘에 많이 발생한다. 야간에 기온이 낮아지면 수증기가 쉽게 응결한다. 그리고 구름에서 방출하는 장파복사 영향으로 대기가 쉽게 불안정해진다. 이로 인해 야간에 집중호우가 빈번했고 피해도 커졌다.

 

장기간 지속하고 있는 장마는 이미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섬진강, 낙동강, 영산강 일부 지역에서 제방이 무너졌다. 계속된 비로 물을 가득 머금은 토양은 응집력이 약해서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산사태가 나지 않더라도, 물을 머금은 토양은 비를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으로 빗물을 흘려보내게 된다. 이로 인해 강 상류에 막대한 양의 빗물이 모여들어 하류로 흘러간다. 그런데 만조가 겹치면 하류에서 바닷물이 밀고 들어오면서 빗물은 갈 곳을 잃고 결국 넘쳐나게 된다. 불행히도 이런 사태는 이미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올여름 장마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 등 전문가 그룹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정체되어 있다가 최근 북상하면서 8월 장마를 초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북태평양고기압의 정체 원인은 여전히 미궁이다. 북극 온난화, 동시베리아 고온, 중국 내륙에서 수증기 공급 등 복합적인 원인이 논의되는 수준이다.

 

 

원인이야 어떻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24시간 혹은 12시간 일기예보 정확도가 필수적이다. 안타깝게도 장마철 집중호우는 매우 작은 규모로 급격히 발달하기 때문에 예측 자체가 어렵다. 과거보다 관측망과 수치 모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서해 경기만에서 한두 시간 만에 급격히 발달하는 구름이나 내륙으로 빠르게 유입하는 수증기의 좁은 통로를 미리 파악하는 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입체적 관측과 수치 모델의 지속적인 개발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예보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2016년 큰 관심을 받은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후 발전을 거듭해 일기예보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른바 '알파웨더'로 불리는 프로젝트. 막대한 기상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예보에 활용하는 작업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기상예보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전망이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보도 날짜 : 2020.08.11 

원문 출처 : [기상인사이드] 장마철 집중호우 예보가 어려운 까닭 - 조선일보 (chosun.com)

썸네일 36CDN6YH6Z75KW3IISVNM6TEOU.jpg (대표)